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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슬픈 사랑

‘사지선다’가 전 과목에 적용될 무렵을 떠올려 보면 모든 과목이 그랬지만 특히 음악이나 미술은 정말 가관이었던 것 같아. 미술? 남종화 북종화가 그 그림은 본 적도 없으면서 그 유파의 특징이며 대표 화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고 ‘고낭자사인신후’의 주문도 머리에 남아 있네. 뭐냐고? 아 고전파 낭만파 자연주의 사실주의 인상파 신인상파 후기인상파의 시대순을 담은 주문이야. 음악도 마찬가지였지. 바부헨모모신베성베슈가 이건 뭔지 알아? 바하는 음악의 아버지(父) 헨델 음악의 어머니(母),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악성 베토벤 이런 식으로 외우는 주문이었지. 너희처럼 머리만 좋은 애들에게는 좋았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각설하고 오늘은 음악가들의 별칭 주문 중 ‘슈가’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슈베르트 가곡의 왕이라는 뜻이야. 나는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닌데 종종 귀에 깊숙이 틀어박히는 멜로디들이 있어. 나는 음악 시간에 배웠던 ‘보리수’의 멜로디를 처음 듣던 날을 지금도 기억한다. 노래를 배운 뒤 성량이 좋아서 소풍 가면 카수 1순위로 불려나갔던 녀석이 부른 ‘보리수’의 가락은 그 가사와 관계없이 운동장 한 가운데 보리수가 서 있고 그 그늘 아래 누군가 걸터앉아 그리운 사람을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지.

그렇듯 참 귀를 잘 간질였던 ‘내 귀의 슈가’, 다른 거장들보다는 훨씬 친절한 음악세계를 우리에게 선사해 준 슈베르트의 생애는 그렇게 달콤하지 못했어. 우선 그는 심각한 추남이었어. 초상화에 보면 웬만큼 생긴 걸로 나오지만 그건 그 시대의 ‘뽀샵질’이었고 그는 키 152센티미터로 군대에서도 안받아주는 땅딸보였고 머리는 큼직한 배불뚝이였지. 여자들이 별로 상대해 주지 않았으니 친구와 함께 음침한 사창가를 즐겨 찾는 엉큼함도 있었고.

하지만 슈베르트에게도 아픈 사랑이 있었지. 그건 테레제라는 이름의 여자였어. 한창 왕성하게 작곡 활동을 하던 슈베르트는 어느 날 어릴 적부터 자신을 아꼈던 음악의 스승의 80회 탄신 기념 음악제를 준비하고 있었어. 근데 독창자가 펑크를 냈네? 그때 한 처녀가 나타나 말하지. “슈베르트씨 제가 그 역을 맡으면 안될까요?” 앗 당신은? 몇 년 전 작곡만은 안된다며 방방 뜨는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더 할 거면 부자의 연을 끊자!”는 선언을 듣고 허허로이 방황할 때 자신을 위로해 준 소녀가 그 앞에 서 있었던 거야. 그녀의 노래는 훌륭했고 성황리에 음악회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해.

슈베르트는 매우 외로운 사람이었어. 슈베르트의 아버지는 말 안듣는 아들을 두 번이나 내쫓았고 어머니가 임종할 때 ‘프란츠! 프란츠를 불러 줘요’라고 애타게 외쳤지만 끝내 슈베르트는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고 해. 어머니가 돌아간 뒤에 집에 도착한 슈베르트는 미친 듯한 슬픔으로 다락방에 올라가 울먹이며 노래를 지었고 이게 슈베르트의 '자장가'지. 즉 아이를 위한 자장가가 아니라 자신을 정답게 재우던 어머니에 대한 추모곡이었달까? 그래서 유난히 슈베르트의 자장가는 슬프잖니. 베토벤의 자장가는 무슨 가곡같고 모차르트의 자장가는 경쾌한 왈츠같은데 말이지. 우리 음악 교과서로는 이렇게 끝나는 자장가. “하느작 하느작 나비 춤춘다....”

이 외로운 남자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 사랑의 열기 속에 그는 무슨 가곡 생산자같이 가곡을 생산해 낸다. ‘마왕’이며 ‘소녀의 탄식’ ‘달에게 부침’ 등 144곡을 쏟아냈으니 무슨 가곡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그의 뇌 속에서 돌아가고 있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그 컨베이어 벨트는 대량생산한 싸구려 포드가 아니라 람보르기니급의 수제 차량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말이지.

그 가운데 <들장미>라는 노래 있지. (우리가 아는 <들장미>와 가사는 괴테의 詩와 같은데 곡은 다른)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피이~~인 장미화 갓 피어난 어여쁜 그 향기에 탐나서 아낌없이 보네 장미화야 장미화 들에 피인 장미화” 하는. 이 노래는 사실 슈베르트의 아픈 사랑을 담고 있단다. 슈베르트는 자신이 아버지와의 불화로 방황할 때 “프란츠 당신은 뛰어난 분이에요” 하면서 꽃다발을 묶어 준 그 소녀를 생각하며 노래를 지었지. 들장미 테레제를 정신없이 들여다보는 웬 아이는 어쩌면 자기 자신이었는지도.

테레제는 꽤 대담하고 거침없는 아가씨였던 것 같아. 후일 그렇게 존경하는 베토벤을 만나고도 베토벤의 늙고 병든 모습에 충격받아 아무 말 못하고 뛰쳐나온 소심남 슈베르트와는 달리 말이지. 슈베르트가 <들장미> 악보를 선사하자 슈베르트씨 저와 결혼해 주시겠어요!를 먼저 부르짖을만큼 말이지. 슈베르트가 조금만 더 박력있게, 자신감 있게 다가가서 그 부모에게 “따님을 행복하게 해 주겠습니다.” 부르짖었다면 혹시 모르겠는데 하는 일이라고는 콩나물 그리는 것 밖에 모르고 무슨 말을 해 보라면 우물쭈물이 일쑤인 이 헝클어진 머리의 남자에게 어느 부모가 딸을 덥석 맡겨.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면 그때 보세.” 했지만 결국 테레제는 제과공에게 시집가고 말지. 세상에 이 아가씨 자기 청첩장을 주면서 피로연에 자신을 위한 노래까지 작곡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데 이걸 대담하다고 봐야할지 뻔뻔하다고 봐야 할지. 슈베르트의 첫사랑은 그의 인생을 결정해.

“나는 진정으로 사랑한 여자가 한 사람 있었죠. 그녀도 나를 많이 사랑해 주었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깊은 감정을 넣어 노래하는 사람이었죠. 얼굴이 조금 곰보이고, 미인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여자였죠. 그녀는 나와 결혼하려고 3년이나 기다렸지만 나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능력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나는 그녀를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입니다. 그 뒤로 나는 그녀 이상으로, 아니 그녀를 사랑한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일단 그녀와 헤어진 뒤 슈베르트는 술꾼이 됐고 술 앞에 장사 없다고 어릴 적 괜찮았던 외모는 끔찍한 수준으로 망가져 갔고 몸도 만신창이가 됐어. 친구 쇼버가 그 외로움을 달래 준다고 들른 사창가에서는 매독을 얻었고 그 여파로 삭발을 하고 가발을 쓰고 다녀야 했지. (더 방탕하게 산 쇼버는 그런 병 없이 무병장수했는데.....) 사랑의 기회가 있었지만 대부분 걷어채이거나 스스로 포기했어. 그 슬픔 속에서 슈베르트는 계속 ‘슈가’같은 노래들을 창조했으니 어쩌면 이 또한 사랑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슬픔은 때로 인간에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에너지 이상을 내게 하지. 슈베르트의 음악에 홀리면서도 그 뒤켠에 숨은 그의 한숨에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거야.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의 슬픔의 표현이다. ” 여기까지는 들어 줄만 해. 하지만 다음 말에서는 그만 숙연해지고 만다. 신은 인류에게 그의 음악을 선물하기 위해 슈베르트를 이렇게 슬프게 살게 했을까 싶은 맘이 들 정도. “슬픔으로서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슬픔은 이해를 날카롭게 하고 정신을 굳세게 해준다."

그가 오래 살았다면 만년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슬픔도 힘이 되더라구요.” 하면서 허허허 웃었을지 모르나 그는 서른 한 살의 나이에 너무나 아까운 나이에 죽었지. 그 나이에도 물론 모차르트를 능가하는 편수의 작곡을 했지만 말이야. 슈베르트 정도가 된다면 실연도 경험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백호 선배님 말씀대로 “실연의 달콤함도 없는 이제와 새삼 이 나이”가 됐지만 말이야.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1830년 11월 19일 죽다.

ㅡ From 후배 김형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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