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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룡은 어떤 남자인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내린 사람들은 거의 모두 다 소설가가 될 콘텐츠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그 콘텐츠를 풀어낼 능력이 문제지 콘텐츠만큼은 풍요롭고 넘쳐나지. 요즘 다시 tv에 등장해서 반가운 왕년의 톱스타 최민수의 가계(家系)도 그래.

“시골영감 처음타는 기차 놀이라 표를 파는 아가씨와 실갱이하네....” 중년 이상의 사내들만의 노래방에서는 아주 가끔 괴짜 친구의 콧소리로 들을 수 있는 <서울 구경>을 노래한 가수 강홍식이 최민수의 외할아버지고 외할머니는 ‘눈물의 여왕’이라는 평을 들었던 가수이자 배우 전옥이었지. 둘 사이의 딸 가운데 강효선은 아버지와 함께 월북했고 또 다른 딸 강효실은 열아홉 어린 나이에 국군을 따라다니며 위문 공연을 하는 앳된 연예인이었으니까. 그 집안에는 얼마나 기구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겠니.

전옥은 그 슬픈 음색으로 ‘눈물의 여왕’ 별명을 얻었지만 그 딸 강효실은 실제 삶에서 눈물의 여왕이 될 운명이었지. 아직 철이 덜 들 나이에 만난 잘 생긴 배우가 그 운명을 열어젖히는 열쇠가 된다. 바로 그가 최무룡이야. 무진년 용띠라서 이름이 무룡(茂龍)이었던 이 사람은 어려서부터 외모 하나는 출중했다고 해. 당시 배우들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그랬듯 좋은 교육을 받았고 은행에 다니기도 했던 그는 연극에 빠지면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되지. 전쟁 통에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당시 영화계의 실력자 중 하나였던 전옥의 영화에도 얼굴을 디미는데 그 와중에 전옥의 금지옥엽같은 딸 효실과 눈이 맞게 돼. 전옥은 완강히 반대했다지만 누차 얘기했지만 사랑에 빠진 딸이란 황소보다 완강하고 사자보다 용감하며 멧돼지처럼 미련한 법. 둘은 해군 함정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당시 강효실 나이 열 아홉 살. 최무룡 스물 세 살.

최무룡은 최고의 배우로서 또 스타의 남편이자 연예계의 실력자의 사위로서 참 잘 나가는 사람이었지만 기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그렇게 훌륭하지 못한 사람이었지. 수완은 적었고 연애에는 밝은. 세 딸을 연거푸 낳은 뒤 마침내 아들을 낳았을 때 “영화촬영 도중 강씨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이 들떠 당장 포도주를 사 갖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했을 만큼 최씨는 로맨티시스트였고 부부 사이의 금실이 좋았다”(엄앵란의 증언)지만 그 출산 열흘 뒤에 강효실은 자기 남편이 떠오르는 태양 김지미와 바람 났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으니까 말이야.

이 스캔들 사건 때 강효실이 토해 내는 발언을 들으면 저 저 나쁜 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월 평균 3-40만원 개런티를 받으면서도 (2층 양옥집 값이 160만원이던 시절) 그렇게 10년을 살면서도 저는 저 양반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몰라요.” 김지미와 바람 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영화 <손오공> 해외 로케를 위해서는 강효실이 돈을 빌리러 뛰어다녀야 했고 빚쟁이에 쫓겨 아이들을 친구집으로 피신시키기도 했다고 하니까. 가히 그 처신을 짐작할 수 있겠지. 그런데 최무룡은 유혹에 관한한 의지 박약의 남자였지.

결국 간통 혐의로 둘의 구속이 집행되는 풍경을 묘사한 신문 기사를 보면 가히 영화배우들다와. “한 쇠고랑에 두 사람이 한 손씩 채워지는 순간 두려울 것이 없다는 듯 웃으면서 서로 손등을 치면서 이에 응했다.... 둘은 찝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서울 교도소로 향했다.” 출산한지 얼마 안되는 강효실이 그 모습을 봤다면 혀라도 깨물었을지 모르지. 김지미가 집을 팔아서 위자료를 대고 최무룡은 강효실과 이혼한 후 김지미와 새로운 삶을 살게 돼.

당대의 여배우들의 목숨 건 사랑을 받은 남자이기에는 최무룡은 너무 약한 남자였던 것 같아. 하는 일마다 죽을 쑤고 벌이는 사업마다 거덜낸 것은 기본이었어. 명배우가 명감독이 된 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그 외 몇 외에는 없다고 하지만 최무룡은 감독 욕심을 냈고 김지미는 열 다섯편의 메이드 바이 최무룡 영화를 지원하느라 허리가 휘었지. 신성일씨가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회고록에 따르면 이런 일이 있었대. 최무룡은 도박에도 빠져 눈이 벌걸 때가 있었다고 하네.

사업 실패 뒤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도박판에서 흐느적대던 최무룡의 행방을 찾아낸 김지미는 남편을 보자마자 이러면 안돼요! 하면서 뺨을 때렸대. 한국 영화사에 손꼽는 여배우이자 대한민국을 뒤흔든 남자들을 손아귀에 쥐었던 여걸다운 카리스마. 기자들 앞에서 혁대 잡고 “이 바지를 내려야 믿겠습니까?” 하던 상남자 나훈아가 “나를 남자로 만든 여자”라고 술회했던 김지미다운 한 방이었지만 김지미는 결정적으로 최무룡에게 실망하게 돼. 신성일에게 했던 김지미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본다.

“미스터 신, 내가 그 다음에 뭘 바랐는지는 알아? 그 사람이 ‘이 여편네야. 새벽에 어딜 찾아와?’라고 소리치며 내 턱이 부서지도록 때려 주었으면 했다고…. 그런데 그 사람은 ‘이러면 몸 상해. 밍크 엄마, 진정하라고’ 하지 않겠어. 그때 느꼈지. ‘아, 이 사람은 내가 평생을 맡길 남자가 아니구나’라고 말이야.” ” 보통 여자들은 이럴 때 어땠을까. 친구들 앞에서 아내한테 뺨 맞은 남자는 으레 객기를 부리게 마련이고 아무리 죽을 죄를 지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화를 내는 게 당연한 판에 되레 자기를 걱정하는 남편에게 한 수 죽지 않았을까? 하지만 김지미는 자기 턱에 주먹을 날리지 않은 남자에게 정을 떨어뜨리고 있네. 남자도 다양하지만 여자도 각양각색.

김지미는 ‘오발탄’에 등장하는 형형한 눈빛의 야생마같은 청년에게 반했는지도 모르지. 입 꽉 다물고 눈 부라리면 작렬하는 카리스마에 자신이 반으로 접히는 느낌을 기대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외양과는 달리 최무룡은 카리스마를 연기할 줄은 알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발휘할 줄은 모르는 심약한 남자였던 거고. 그렇다고 기가 죽기엔 너무 잘난 남자라 밑 빠진 독 주제에 계속 물을 부어 달라고 보챌 줄 아는 남자였던 거고. 결국 김지미가 두 손을 들었을 때 최무룡은 길이 남을 명언을 남기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글쎄 최무룡이 “남자가 하는 일에 여자는 따라올 줄을 알아야지! 돈 가져와!” 하면서 김지미의 뺨을 때렸으면 김지미는 남아 있었을까? 그러기에는 3천만원의 빚이란 어마어마했지. 최무룡 자신 “이혼하면 나 하나만 죽는다. 지미까지 죽을 수는 없지 않나.”고 했다니.

그 뒤로도 최무룡은 두 번 더 결혼해. 한 번은 미국 체류를 위해 재미교포와의 서류상 결혼이었다고 하고 마지막에는 무슨 재벌 그룹의 미망인과 살림을 차렸고 그 부인이 최무룡의 빚을 청산해 주는 은덕을 베풀지. 하지만 최무룡은 그 능력 탓이든 시대적 한계 탓이든 밑 빠진 독 처지를 벗어나지 못했어. 끈질기게 영화 감독에 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았어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이 좌지우지하던 새마을운동본부와 손잡고 만든 계몽 영화 비슷한 <이 한 몸 돌이 되어>는 그야말로 망해 버렸지. 거기에 재벌 그룹 차원에서 미망인에게 “저런 남자하고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류의 압력이 들어갔고 최무룡은 또 한 번 짐을 싸들고 나오게 돼. 모르지. 그때도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면서 표표히 대문을 나섰는지도. 그 후 그의 인생도 파란만장했지. 국회의원도 됐지만 사기범으로 감방도 경험했다면 더 말할 게 뭐가 있겠니.

1999년 11월 11일 세상을 등졌던 날을 기억하는 게 나는 그때 어떤 프로그램에서 마침 그 아들 최민수가 등장하는 부분을 편집하고 있었어. 어 이 양반 아버님이 돌아가셨군 하면서 내가 그를 기억하는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오발탄>을 떠올렸지. 한국 전쟁 상이군인. 세상을 향해 온갖 불만을 터뜨리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은행을 털고 청계천 지하를 달리던 젊은이를 말이지. 참 그 눈빛 멋졌었는데. 온갖 잘난 여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그걸 간직할 수는 없었던 사나이. 하지만 그 사랑을 이용해서 등을 칠만큼 못되지는 못했던 남자. 최무룡은 행복한 남자였을까? 불행한 남자였을까?

ㅡ From 후배 김형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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