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이 국에 데지 않았느냐'
중국 후한 시대에 유관(劉寬)이란 관리가 살았다. 너르고 따뜻한 성품으로 신망이 높았던 사람이다. 비리를 저지른 사람을 벌줄 때 그는 꼭 부들로 만든 채찍으로 때리라고 명했다. 부들 채찍이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누가 궁금해 묻자 그는 조용히 답했다.
"죄를 깨닫게 하는 게 벌이다. 반드시 아파야 하겠는가. 부끄러우면 고칠 수 있다."
유관은 언제나 느긋한 말투와 평온한 안색을 지녔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과연 어느 때 성을 내는지 알고 싶었다. 어느 날 하녀를 시켜 출근하는 유관의 관복에 뜨거운 국을 일부러 쏟게 했다. 하여도 유관은 태연자약했다.
엎어진 국그릇에 당황하는 하녀를 보고 그가 말했다.
"네 손이 국에 데지 않았느냐.(羹爛汝手乎)"
*출전:『후한서』,『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