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의 컨텐츠가 차례로 지나갑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재빨리 클릭 해야겠죠? ^^

헥토르, 파리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루스

 < 슐리만의 첫사랑 >
ㅡ 처음이란 다음이 없는 것
 세상을 지탱하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특이한 사람들이지.  너나 나처럼 범상한 사람들은 고만고만한 욕심과 거기서 거기의 성취, 귀차니즘과 먹고사니즘의 중간지대에서 하루 하루를 엮다가 나이 들어가는 게 보통이겠다만 가끔 발견되는 꼴통들은 그 평범의 사각지대에 결코 만족하지 않지.  대저 세상에서 위인이라 불리우는 족속들은 대개 꼴통들이었다.  물론 그 대열에 끼지 못하고 그저 꼴통으로 인생을 종료한 꼴통들이 더 많긴 하겠지만 말이야.
 세계 역사에 등장하는 ‘꼴통’이야 해운대 백사장 모래처럼 많겠지만 그 모래 가운데 사금같은 사람으로 나는 이 이름을 들지 않을 수 없다. 하인리히 슐리만.  제꺼덕 트로이!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면 아직 녹슬지 않은 네 기억력을 스스로 치하해도 좋다.  그래. 그는 어릴적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읽으면서 간직했던 꿈을 평생 동안 잃지 않으며 오로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었고,  아내조차도 그 꿈에 적합한 사람을 택했던 꼴통이었지. 슐리만이 30년 연하인 아내를 얻기 전 내세운 조건이 뭐였는지 알아?
“가난하고 (돈은 나한테 있으니), 아름다우며, 헌신적이고, 호메로스의 작품을 잘 아는 여자를 구해 주시오.”  이런 조건에 들어맞는 게 16살의 그리스 여학생 소피아였지. 
 슐리만은 기실 고고학을 제대로 배운 사람은 아니었지. 외국어 익히는 데에는 그 누구도 못따라갈 재주를 지녔고 사업 수완도 비상했지만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암송하는 것과 나이 마흔 넷에 2년 정도 고고학을 들이판 것 정도가 그가 쌓은 학문적 역량의 전부였지.  그의 관심은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트로이였고 트로이가 있었을 곳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후보지 가운데 하나를 ‘찍는다’.  물론 침 뱉아 퉤 해서 찍은 건 아니고 아주 오래 전부터 트로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속설이 서린 곳이긴 했지만.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게 사람들이 다 트로이가 전설이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혼자서 사실로 믿었고 마침내 트로이를 발굴했다는 건데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트로이가 실재했다는 생각은 꽤 오랫 동안,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어.  단 그때껏 슐리만처럼 죽자고 삽질을 한 사람은 없었던 거지. 
슐리만은 알다시피 트로이를 수천년만에 끄집어낸 사람이면서 트로이를 파괴한 사람이기도 해.  단적인 예를 하나 들면 그가 수천의 황금조각으로 된 관을 발견하고 감격에 겨워 아내에게 씌워 주면서 “이게 헬레네의 관이요!”라고 소리쳤을 때 그 관은 트로이보다 근 천년 전의 어느 공주 또는 여왕이 쓰던 것이었다고.  즉 그는 자신이 그렇게 찾고 싶어했던 트로이를 지나쳐서 파들어갔던 거야.  
 이쯤 해서 슐리만의 발굴 얘기는 그만 하고.  슐리만은 어릴 적부터 트로이에 꽂혀 있었지.   “ 나는 툭하면 친구들을 붙잡고 트로이와 마을의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한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어렸을 때 누군가 자기가 호동왕자의 무덤을 찾고 말겠다고 설치는 친구가, 그것도 매일같이 그러는 친구가 있었다면 그 친구의 길은 하나지.  놀림감 또는 왕따.  슐리만도 그랬어.  그런데 한 소녀는 달랐지.  민나 마인케라는 소녀였어.
 유유는 상종이고 초록이 동색인 법이라 이 민나는 슐리만의 얘기를 전혀 지루해 하지 않았어.  손 턱에 괴고 넋이 나간 듯 들어 주거나 슐리만이 자신의 트로이 발굴 꿈을 원기왕성하게 펼쳐 놓으면 멋져! 맞장구를 치면서 소년의 가슴을 복어처럼 부풀려 놨단다.  머리에 그 피의 습도가 자욱하게 남은 나이에 그들은 결혼을 약속하며 새끼 손가락을 걸게 돼.  어른이 되면 바로 결혼해서 온 세계에 숨겨진 보물들을 다 찾아나서자며.
 하지만 슐리만은 그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가난했고 트로이의 보물은 커녕 당장 먹고 살 일에 매달려야 했어.  그리고 그때 그에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의 원천이었던 건 트로이와 함께 민나였어.  “민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악으로 깡으로 언어 공부를 하고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소리내어 읽고 날마다 1시간씩 꾸준히 공부하고, 언제나 흥미로운 대상에 대해 작문을 하고 그것을 교사의 지도를 받아 내용을 암기한 뒤, 다음 수업 시간에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외우는 방식”으로 반년이면 외국어 하나를 뚝딱 해치우는 괴력을 발휘해.  “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민나가 결혼하지 않게 해 주소서 빌면서.”  민나는 트로이였고 트로이는 곧 민나였지. 
 민나와 결혼했으면 그의 인생은 또 몰랐을 거야.  하나의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면 아무리 또 하나의 깃발이 등에 매달려 있다 해도 성취한 목표에 안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게 보통 사람이니까. 물론 슐리만은 보통 사람은 아니었으니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슐리만이 웬만큼 성공하고 자리를 잡고서 민나 이제 결혼하자! 라고 감격에 찬 청혼장을 보냈을 때는 안타깝게도 민나가 시골 농부와 결혼하기 사흘 전이었어.   그리고 미인~나는 시집을 갔더래요 그리고 첫날밤에 남몰래 울었더래요..... 독일판 갑순이 갑돌이가 된 거지.
 이제 그에게 남은 목표는 오로지 트로이였지.  하지만 슐리만의 머리 속에서 트로이의 여왕은 헬렌이라기보다는 민나였을 거야.  남자가 첫사랑을 못 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우선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 이름에 자신의 풋풋한 시절이 얽혀 있기 때문이고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쏟아붓던 기억의 포로가 돼 버리기 때문일 거야.  슐리만은 그 전형적인 남자였어.  그가 마침내 트로이를 발견했을 때, 아니 발견했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그 소식을 띄운 사람이 다름아닌 민나 마인케였던 거야.  “민나.  내가 우리 어릴 적 꿈을 이뤘어.” 
 그 편지를 쓸 때의 슐리만의 표정과 편지를 받았을 때 민나의 얼굴이 어땠을까 생각해 봐. 그들의 어린 시절을 가득 채웠던 트로이가 마침내 현실에서 솟아났음을, 그들의 설익은 사랑의 매개였던 트로이가 막연한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황금 조각으로 되살아났음을 알리고 듣는 행운아들은 세계 역사에서도 그리 흔하지 않을 거 같아.
  민나는 그 편지 하나로 금관을 썼던 슐리만의 아내만큼 감격에 젖지 않았을까.  “나의 인생 후반기에 진행됐던 모든 발굴 작업이 어린 시절에 받았던 여러 가지 감명에 의해 크게 좌우되었다.”고 토로한 슐리만처럼 상기돼서 가슴 뛰게 조우했으나 안타깝게 엇갈려 버린 옛 남자의 편지를 읽고 또 읽었겠지.  헥토르, 파리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루스.... 분명히 생생했을 이름들을 중얼거리면서 말이야.  남들은 다 비웃는 얘기를 자기 앞에만 오면 신이 나고 흥이 나서 팔 휘두르고 연극 배우 흉내를 내 가며 들려 주던 소년이 요즘 유행하는 홀로그램처럼 걸어나왔을 것이고.
 갑자기 웬 슐리만 얘기냐 하면 오늘 재미있는 사연을 들어서 그래.  친구의 아는 놈 하나가 직장 정리한 뒤에 여행 갔다는 말을 들었는데 듣자니 혼자 마추피추를 갔다 왔대.  마누라한테 온갖 구박을 받고 결행한 일인데 도대체 웬 마추피추냐고 했더니 옛날 첫사랑이 서문과 여학생이었는데 연애할 때 마추피추를 꼭 같이 가자고 약속을 했었대.  그런데 나이 쉰 목전에 그곳을 꼭 한 번 갔다 오고 싶었다는 거야.  사진을 보며 약속한 장소가 있었는데 그 장소까지 낑낑대고 올라서 사진을 찍어 페북에 올렸다는군.
  미친 놈 소리를 내뱉었더니 이 얘기를 전하는 녀석이 “그래서 너는 안돼.” 그런다.  그 다음 멘트.  “처음이란 게 뭔지 아냐.  다음이 없는 게 처음이야 임마.  니가 그 마음을 알겠냐.”  다음이 없는 게 처음.  그래 그 말을 들으며 한 번 씩 웃었다.  사람 마음이란 좀 깊고도 웅숭해.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 페북에 한 번 가보고 싶다.
ㅡ From 후배 김형민PD

도서, 책, 그림, 그림책, Picture book, Drawing, Art, 국내 최고의 만화책 그림책 창작 그룹이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 앞으로 펼쳐질 아름답고 위대한 영웅들의 모험담을 즐겨보자! 우리의 영혼을 고양시키고, 삶을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줄 것이다.

* 배너 교환 大환영 : 책이 들어가 있는 자리가 배너가 들어갈 자리입니다... 연락처 - bookobookbot@gmail.com ^^. Powered by Blogger.

내 블로그 목록

추천 게시물

그림 그릴 때 참고하기 좋은 사이트 TOP 5

① https://www.artstation.com/ ② http://portraitsfordrawing.tumblr.com/archive ③ http://reference.sketchdaily.net/en ④ http://ww...

텍스트

여러분의 원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bxp@daum.net 으로 보내주십시오

google.com, pub-2191483202263706, DIRECT, f08c47fec0942fa0

google.com, pub-2191483202263706, DIRECT, f08c47fec0942fa0